thebell Forum|2013 기업 경영전략 포럼
새정부 '사회적 시장경제', 대기업 부담 커진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추구한다. 경제 민주화와 경제 집중력 억제, 사회 불균형 해소 등이다.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대기업의 부담도 커질 것이다."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사진)는 26일 머니투데이 더벨 주최로 열린 '2013 기업 경영전략 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과거와 달리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고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
전반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 체계를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거 정부와 차별화한 부분이다. 과거 정부는 재벌 등 거대 경제 주체들이 이뤄낸 성장의 과실을 일반 국민이 나눠가지는 '낙수 효과'에 의지했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 사회불균형 완화 등 '복지사회'에 방점을 찍고 국정 운영에 나서기로 했고 이는 기존 대기업 중심의 경제운영 철학과 다른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대기업의 부담은 필히 커질 수 밖에 없다.
김 교수는 "공정거래 질서를 강화하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비과세 및 감면을 축소할 뿐 아니라 소비자보호도 강화하는 등 대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다"며 "이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사회안전망 확대로 사회안정 및 소득불균형이 완화되면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이 부담을 갖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경영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라며 새정부의 경제 정책에 신뢰를 보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철학을 사회적 시장경제로 규정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독일식 모델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체제를 택했으나 1990년대 들어 문제점이 드러났다. 동서독 통합 등에 따른 부담과 사회보장제도의 과잉 적용 등 때문이다. 그래서 2003년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 시기부터 개혁조치가 단행됐다.
김 교수는 "독일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사회적 시장경제가 성공하려면 재정건전화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복지확대와 물가안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공약 이행을 위해서 박근혜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사회 복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과 계층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기조가 바뀔 경우, 강도 높은 개혁을 이끌어나갈 추진 동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무엇보다 재원 확보가 선행돼야하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세재 개혁을 통한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계획대로 135조원의 재원 확보가 가능할지 앞으로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속가능한 복지 사회 구현을 위해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 기반 확립 △신성장동력 분야 지원 강화 △공정한 사회경제시스템 마련 등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태준 교수 전문]
박근혜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 키워드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수반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다.
세계경제는 뉴노멀시대에 접어들었다. 선진국과 국내의 경우 고령화와 디레버리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향후 5~10년은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다. 또한 강력한 금융규제가 진행될 것이고, 이에 따라 IB가 과거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경제, 녹색경제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지속될 것이다. 세계 경제 주도권이 미국 중심에서 EU, 중국이 추가되는 G3로 변모할 것이다. 브라질과 인도 등 BRICS의 위상도 강화된다. 국제통화도 달러의 단일 규제시스템에서 유로가 추가될 것이다. 이렇듯 세계 경제가 과거보다 불안정해지는 추세가 강해진다. 자원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각국 정부 역할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960조 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2017년부터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은 하되 고용이 없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계층간, 지역별, 세대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근로자가 2500만 명인데 약 1000만 명이 워킹푸어(working poor)다. 이런 갈등이 사회의 안정과 발전 과정에 내재된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향후 복지 제도 확대에 대한 재정요건 확보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박근혜 정부의 철학은 2010년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강의를 근거로 한다.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 불공정한 경쟁의 타파, 경제적 약자 계층을 보호해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것, 다시 말해 경제 민주화와 복지확충을 이룩하는 것이다. 공정한 시장 경제와 복지확충을 통해 성장을 이뤄나가는 것이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는 5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이다.
먼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도모다. 고용 없는 성장을 타파하면서 사회적 불균형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가계부담이 완화돼야 소비가 늘어나고 성장이 이뤄진다. 그 다음이 국가책임보육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 복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사회적인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출발점에서부터 평등해야 한다. 교육의 기회가 비용적으로도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사교육 비용 감소, 반값 등록금 등의 이슈가 제기되어 왔다.
젊은이들이 평등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등록금이 저렴해야 한다.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것은 기회균등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부실 기업에 지원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일 수 있다. 부실한 대학은 퇴출시키고 나머지 건실한 대학에 대해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한 생애 주기별 맞춤 정책을 가져가고, 기본적으로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초 연금을 최대 20만 원 수준으로 상향하고, 4대 중증 질환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한 복지정책으로 제시되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성장을 추진하는 것을 제시했다. IT를 적극 활용해 콘텐츠와 제조업을 연계하는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향후 효과에 대한 고민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정책이 고용 없는 성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근로자의 일자리와 관련해서 '늘지오' 정책을 수립했다. ‘늘리고 지키고 올리고'. 근로자의 정년퇴직 연령을 60세로 연장하고, 합리적인 구조조정 정책과 사회적 안식처를 설립하겠는 취지다. 과연 이 정책이 기업 경쟁력과 근로자의 안정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 우리 기업과 노사가 이 정책을 수용할 만한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야 한다. 이외에 2조 원 규모의 기술창업국부펀드를 만들어서 벤처캐피탈을 육성하고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고용률이 14~60세까지 63.7%인데 70%까지 올리겠다는 공약도 있다.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년 50만 개의 추가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매년 40만 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 비율을 70%까지 올리기 위해 일자리를 연간 50만 개를 창출해 창조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도 효과적으로 진행되는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국가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결국에는 이런 문제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떤 식으로 유발했는가 면밀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정책이 실효성을 봐야 한다. 복지와 성장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이 수반돼야 한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이 제시됐다. 재벌소속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5%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경제민주화를 좁은 의미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로도 볼 수 있다. 불균형을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근절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정과제를 시행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확대하기 위한 돈이 얼마나 들 것인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갖는 혼란 때문에 이 내용은 박근혜 정부 정책에서 빠진 것 같다. 경제 민주화의 의미가 경제력 집중 억제라고 봤을 때 여려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중 135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매년 27조 원씩 조달하겠다는 셈이다. 27조 원을 조달하는 데 있어 원칙은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린다는 것이다. 27조 원은 우리나라 GDP의 2%에 해당한다. 크게 잡으면 GDP의 4~6%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 이를 위해 매년 2% 이상의 경제성장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 국민 조세부담율이 19%인데 지금보다 세금을 10% 더 거둬야 27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출구조를 조정하고, 지하경제를 활성화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의 핵심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복지와 성장의 균형이 잡힌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것이다. 낙수효과를 통해 사회적인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균형 있는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다. 상당한 패러다임의 시프트다. 과연 5년 후에 어떻게 평가를 받을 지 궁금하다.
대기업의 경우 공정거래 질서 강화와 비과세 감면축소 등의 정책을 통해 국정과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기업에게 상당한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안전망을 설치해 소득 불균형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의 안정이 필요하고, 복지에 대한 지출도 늘어야 한다. 이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대기업에 대한 경영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다.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중소기업과 동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기반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외화 유동성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처럼 환율 조정으로 위기를 넘기는 식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힘들다. 민간이 직접 해외 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자, 배당금의 유입 등을 통해 무역수지뿐이 아닌 소득수지 확대가 필요하다. 확보한 달러를 가지고 민간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야 한다. 가계 소비 증진,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북한 돌발사태에 대한 통일재원 확보도 과제다. 더불어 생각할 부분이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투자다. 녹색 성장을 위한 환경 및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세계화와 IT기반 문화 콘텐츠도 창조경제에서 중요시되는 부분이다. 벤처캐피탈 및 투자자본도 확대돼야 한다.
생산성이 증대되기 위한 교육 개혁과 소비자 우선정책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지 않은 부분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다. 노동시장이 이질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집행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경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정부패 척결도 수반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한 균형성장을 추구한다. 각각의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독일형 신자유주의로 볼 수 있다. 성장을 하되 모든 경제 주체가 책임을 의식하고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주의가 시도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사회적 시장경제를 잘 발전시켰으나 통일 이후인 1990년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통합에 따른 부담, 사회적 보장제도의 과잉, 노동시장의 경색이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슈레더 총리의 주도로 노동시장을 개정하고 기업경쟁력을 고취했다. 이후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탈바꿈했다.
박근혜 정부가 독일을 전례로 삼아 사회적 시장경제를 잘 시행해야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문제점까지 감안한 정책을 집행하길 기대한다. 정책의 일관성도 유지돼야 한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기업들이 호응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모르겠는데 나빠질 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세제개혁이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다음 정부로 채무를 넘기지 않는 빚 없는 복지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득권 층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에서 법안 210개를 통과시켜야 하는데 과거에 발의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과되는 기간도 평균 6개월 이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1년간 140개의 국정과제를 일관성 있게 집행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할 경우 사회에 안정이 확보되고 국민의 비전으로 제시된 새로운 희망의 시대가 올 것이다. 성공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