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Forum|모빌리티 Forum 2025
"불확실성 큰 모빌리티 생태계, 융화합으로 선점해야"
모빌리티 시대는 언제 어떻게 구현될까. 여전히 불확실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두고 국내 산업계와 학계, 정부 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벨 모빌리티 포럼 2025'에서 업계와 학계, 정부와 국회를 대표해 참석한 연사들은 일제히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계는 새롭게 열리는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가 높지만 한편으론 불안감도 크다. 학계는 산업계와 정부 사이에서 여러 제언을 펼치며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은 제도 개선과 입법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가 커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포럼 사회를 맡은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위기와 기회가 같이 공존하고 있는데 모빌리티산업계 전반이 모여 여러 이슈를 논의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며 “항공 등을 포함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생산력을 어떻게 융화합해 나갈 것인지 논의해햐 한다”고 말했다.
더벨은 28일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벨 모빌리티 포럼 2025'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고중선 현대자동차 상무, 박준환 국회 입법조사처 팀장, 정구민 국민대 교수, 이성훈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필수 대림대 교수.
◇불확실성 큰 모빌리티 생태계, 빠르고 정교하게 준비해야
이날 포럼에서 첫 주제발표에 나선 김필수 대림대 부총장(미래자동차학부 교수·사진)은 "2029~2030년 전기차 비즈니스모델의 폭발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며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이 현재 이 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기), 정책 불확실성, 화재 등 전기차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던 리스크 요인이 사라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 때를 기점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캐즘기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모빌리티 업계에 전기차 파운드리 시대를 대비하라 제안했다. 전기차 파운드리란 반도체 위탁생산과 같이 전기차를 설계대로 대신 만드는 생산방식을 의미한다.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전기차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김 부총장은 "미래에는 전기차 파운드리의 보편화로 오픈플랫폼을 기반으로 누구나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다"며 "자율주행 알고리즘, 생성형 인공지능(AI) 확보·탑재가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고중선 현대자동차 상무와 김필수 대림대 부총장.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갈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선 것은 물론 자동차 개발이나 생산도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에 최적화된 체계로 뜯어고치고 있다.
두번째로 주제 발표에 나선 고중선 현대차 상품기획사업부 상무는 "SDV는 PC처럼 자동차 부품을 구매해 교체할 수 있는 '디커플링' 구조를 목표한다"며 "도시의 인프라 및 도로를 넘어 다른 자동차 주행자와의 소통까지 가능할 수 있는 확장형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SDV 기술 로드맵 핵심은 고객 확보에 있다. 기존에는 차를 팔기만 하면 고객과의 접점이 거의 끝났다. 하지만 SDV는 차를 인도하는 순간부터 제조사와 소비자 간 소통이 시작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나눠 독립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디커플링 구조를 지향한다.
고 상무는 "자동차 생태계 확장의 차원이 아닌 도시의 인프라와 도로, 다른 차량의 운전자와 소통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한다"며 "이를 내부적으로 SDX로 정의, 스마트 시티의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아 확장형 생태계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를 위한 전략도 공개했다. 고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SDV 개발 및 상용화의 방향성은 'Easy & safe(사용하기 쉽고 안전한)'와 'Simple & Potential(직관적이지만 무한한 개선 가능성)을 거론할 수 있다"며 "자체적인 OS를 제공해 개발 표준과 문서, 작동 환경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와 국회, 제도 개선과 입법으로 생태계 조성 마중물
산업계를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태동하는 만큼 제도와 법률을 그에 맞춰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발전을 위한 법과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성훈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 서기관은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업은 글로벌 평가에서 여전히 제한된 성과에 머물러 있다”며 “자본과 인력, 기술 인프라 모두 부족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적 보완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이 서기관은 정부가 법·제도 개편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자율주행 레벨3에서 한발 나아간 레벨4 자동차 출시를를 목표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2019년 레벨3 안전 기준을 마련했고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손해배상법을 개정했다. 사고 발생 시 보험사가 피해를 보상하되 사고조사를 통해 차량 결함인 것이 확인되면 제작사에 구상청구할 수 있는 식이다.
최근에는 성능인증제를 도입했다. 목표는 여객·화물서비스 등 산업생태계 활성화 모색이다. 자율차 언전성과 성능을 정부가 확인·인증한 후 운행목적과 범위를 한정해 운행을 허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레벨4 무인 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B2B 판매를 우선 허용해 기업의 시험·실증 수요를 충족시키고 향후 B2C 확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2030년까지 전국 단위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민간기업을 위한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고도화하기 위한 자율차 시험장 ‘K-City’도 지원한다. K-City는 극한 환경을 반영한 주행 조건을 추가해 자동차 스타트업들이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서기관은 "올해 말까지 화성 지역에 리빙랩을 조성해 실제 시민 대상 자율차 서비스를 운영한다"며 "이를 통해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엣지 케이스’ 데이터를 확보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준환 국회 입법조사처 팀장과 이성훈 국토교통부 서기관.
국회 차원에서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다양한 입법이 예고된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특히 ‘안전 규제 강화론’과 ‘산업 발전론’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장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 못지않게 법·제도적 기반이 중요하다"며 "안전 규제를 강화할지, 아니면 산업 진흥을 앞세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율주행 정책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다듬어졌다. 그러나 현 제도로는 책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 팀장은 "자율주행차의 특성상 사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운영사업자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계할지 등 보상 체계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