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Forum|2026 더벨 M&A 포럼
중복상장 규제에 IPO 막힌 자회사, M&A 시장 향한다
중복상장 규제가 기업 자금조달의 중심축을 기업공개(IPO)에서 인수합병(M&A)으로 옮겨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던 경로가 사실상 좁아지면서 지분 매각, 전략적 투자 유치, 사업부 매각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다는 관측이다.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더벨 M&A 포럼에서 정운수 법무법인 화우 고문(사진)은 '중복상장 규제, M&A 시장 여파는'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고문은 이번 제도의 수혜 주체로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를 꼽았다. 그동안 우량 사업부는 물적분할 이후 곧바로 IPO에 나서면서 외부 투자자가 투자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상장 경로가 좁아진 만큼 모회사가 자금 확보를 위해 지분 일부나 사업부를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이 물량이 SI와 사모펀드의 투자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물적분할 후 IPO에 집중되던 자금조달과 회수 방식이 지분 매각, 전략적 투자, 사업부 매각 등 M&A 방식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우량 사업부가 상장시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M&A 시장에 나오면서 SI와 사모펀드의 투자 기회가 확대된다"고 말했다.
매물 증가에 그치지 않고 거래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 강화로 M&A 거래에서도 대상회사의 사업가치와 지배구조, 소수주주 보호장치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만큼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실질가치와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가 한층 정교해지고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와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은 중복상장 규제 강화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주 세부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동의 여부 확인, 찬반 결의, 공시 등 5대 의무를 부과하고 특별위원회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이사회 의무는 동일하게 적용되며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 동의가 필수다.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정 고문은 "모회사 이사회와 주주가 먼저 중복상장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거래소가 이를 존중해 최종 심사하는 구조"라며 "자회사의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이 승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비상장 기업을 인수한 뒤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로가 제한되면서 인수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신사업 투자를 포기하면서 기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벤처캐피탈과 PE의 투자금 회수는 IPO 의존도가 높은데 상장 경로가 좁아지면 회수 생태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특히 상장회사가 인수자로 참여하는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단순히 위축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 구조와 가치평가 방식이 주주보호와 거버넌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