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Forum|2025 더벨 유통 포럼
전환기 유통업, 생존을 넘는 '구조 혁신' 키워드는
저성장 고착화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유통 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변했던 소비 트렌드가 '뉴노멀'로 정착하면서 산업 구조 전반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소비 패턴 변화,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유통 산업 전반의 '기본 공식'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격변 속에 유통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과 기술, 자본시장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각기 다른 시각에서 유통 산업을 진단하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방식 전환이 아닌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벨은 22일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전환기 유통 산업, 생존을 넘어 구조 혁신으로'라는 주제로 '2025 thebell 유통 Forum'을 개최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안태희 BCG 서울사무소 유통/소비재 분과 MD 파트너, 강서영 CJ그룹 AI실 경영 리더, 박상준 키움증권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포럼 시작에 앞서 사회자인 김태황 교수는 기업을 둘러싼 물류나 공급망 등 외부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혁신 없이는 변화의 파고를 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통 산업은 공급망과 소비자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인 만큼 전통적 방식에 머무는 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각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키워드를 통해 미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다.
◇정체된 소비 타계 하기 위한 '디맨드' 세분화 전략 제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안태희 BCG 서울사무소 유통/소비재 분과 MD 파트너는 '최근 유통트렌드변화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서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안태희 파트너는 △디맨드 중심 성장(Demand-centric Growth) △라이트&패스트 글로벌라이제이션(Light & Fast Globalization) △AI 기반 마케팅 및 운영 혁신의 방향이다.
안태희 BCG 서울사무소 유통/소비재 분과 MD 파트너
최근 K-뷰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디 브랜드 사례를 소개한 안태희 BCG 파트너는 "과거처럼 제품을 만든 뒤 유통 채널에 뿌리기만 하면 팔리던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 트렌드를 읽고 그 흐름에 맞는 마케팅을 설계해 대세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기업 전반의 운영 구조와 역량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먼저 디맨드 세트릭 그로스(Demand-centric Growth)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안 파트너는 "어떠한 연령대와 어떠한 포지셔닝, 타겟을 찾는 전략에서 이제 디맨드(수요)에 포커싱하는 접근법이다"며 "소비가 정체돼 있기 때문에 고객 수요를 쪼개고 시장을 다시 분석한 뒤 이에 맞춰 제품과 마케팅, 채널을 재설계하는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전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전략이 '규모의 경제' 전략 대신 '속도와 트렌드 적응력' 중심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파트너는 "과거엔 특정 지역을 찍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출했고 이는 5~6년의 시간이 소요됐다"며 "현재는 SNS로 트렌드가 전파되고 이커머스 채널에서 판매가 이뤄져 빠르고 라이트하게 글로벌 진출이 가능해진 시대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재 유통 기업의 AI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콘텐츠 제작 자동화, 인플루언서 추천 알고리즘, 성과 측정 최적화 툴 등 다양한 마케팅 영역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 파트너는 "AI를 통한 혁신은 기술적 기여가 20%, 변화 관리가 80%다"며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의 몫이기 때문에 AI와 사람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조화롭게 접목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밸류체인 혁신의 핵심, AI와 데이터 중심 조직문화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유통업의 생존을 위한 구조 혁신 키워드로 AI를 제시했다. 강서영 경영리더는 AI는 유통의 전 밸류체인을 혁신하는 핵심 파트너인 점을 강조했다.
먼저 AI 파고에서 유통업계가 고민해야 하는 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강 경영리더는 세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높은 품질의 퍼스트파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작업과 집약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분석 환경과 데이터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하다"며 "AB테스트도 필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B테스트는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두 가지 이상의 버전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나은지를 판단하는 실험 방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외부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지능형 시스템인 AI 에이전트(Agent)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AI 에이전트는 기업 운영 최적화 작업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슈를 스스로 파악하고 이제 상황을 인지하고 거기에 맞는 조치를 자동으로 할 수 있어서다.
강 경영리더는 안태희 파트너와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AI 결과물이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AI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데이터 인프라 준비가 필수적이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면서 "데이터 관점에서 품질이나 윤리·보안정책 등 체계화와 AI 조직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AI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와 구조 전환의 갈림길, 전략적 대응 필수
첫 번째와 두 번째 세션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유통업에 대한 진단과 중장기적 성장 방향을 모색했다면 세 번째 세션에서는 기존 유통 기업이 구조 전환의 갈림길에서 어떤 전략을 택할지에 대한 진단으로 이어졌다.
박상준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은 발표 서두에서 국내 유통 산업을 둘러싼 거
박상준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
시경제 흐름을 진단하며 유통 산업의 현재 위치를 조망했다.
박 팀장은 "2024년 12월 계엄사태로 인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수 소비심리가 급락했다"며 "더불어 미국 관세 이슈까지 겹치며 소비심리 반등세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매크로 변수와 더불어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편의점 점포 수 감소 등을 언급했다.
출산율 하락, 고령화, 지방 소멸 등 인구 구조 변화와 근거리 상권 내 경쟁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존 오프라인 포맷의 성장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다만 6월 조기 대선이 마무리 됐고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서면서 소비자 심리 지수가 기준점을 상회하고 있다"며 "하반기 내수 소비 회복은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통 산업의 구조 재편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소개했다. 쿠팡의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통 유통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 둔화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돌파구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K-푸드 수출 확대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수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리온의 꼬북칩 또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유럽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어 글로벌 확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 팀장은 "결국 내수 회복과 유통 산업 재편이라는 두 축 속에서 각 기업이 어떤 대응 전략을 갖고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며 "수익 구조 개선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상준 키움증권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 김태황 명지대 교수, 안태희 BCG 서울사무소 유통/소비재 분과 MD 파트너, 강서영 CJ그룹 AI실 경영 리더가 Q&A 세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